독감은 정말 '독한 감기'였다.
두개골이 흔들려서 이틀 동안 내리 누워만 있었다.
아픈 것을 핑계 삼아 몇 달 만에 쉬었던 것 같다.
회사에 다닐 땐, 일 마무리의 기준이 결정권자였는데, 지금은 내가 그 기준이 되어버렸다. 나를 만족시키려고 하니 끝이 없다.
근무 시간과 여가 시간의 구분도 없이 식사도 불규칙해졌다. 이사를 하고 나서 계속 가고 싶은 체육관도 찾지 못했고, 운동할 시간에 '뭐라도 더하자'라는 조급함도 더해져 몸이 점점 망가졌다. 아프고 나니 그제야 조금 내려놓고 푹 쉬었다.
집에서 뒹굴뒹굴하다 협탁으로 쓰고 있던 이케아 스툴 베크벰이 눈에 들어왔다. 협탁으로 쓰다가 키가 작아서 받침대가 필요할 때는 사다리로 쓸 수 있는, 만 오천원짜리 일당백 역할을 하고 있는 이케아 베크뱀이다.
사다리로 쓸 때마다 위에 올려둔 화분과 가습기를 치워야하는 번거로움과 화장품을 놓을 공간이 필요함이 더해져 협탁을 구매할까 하다가 치수와 목재를 직접 골라 주문했던 게 생각났다.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신발장 어딘가 두었던 목재를 꺼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설계도를 떠올렸다.
연필로 슥슥, 못으로 고정할 부분을 표시하고,
못을 박기 전에 드릴로 구멍을 냈다. 하다가 마음이 바뀌어서 위치를 조금 바꾼 건 안 비밀.
이런 완성된 협탁을 상상했다.
네모네모한 받침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우드카빙할 때 썼던 카빙 도구로 깎아내었다. 시간이 제일 오래 소요되었던 부분이다. 지구오락실 두 편은 본 듯. 아래 사진은 약 40% 정도 깎은 상태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수요를 찾고 기획하는 것도,
아이디어를 내어 설계를 하는 것도,
손으로 제작을 할 땐
다른 생각 없이 몰두하는 것도,
그리고 결과물을 얻는 성취까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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